즐거운 운동

이봉주 38세 우승

참 좋은생각 2007. 3. 19. 11:30
» 훈련중인 이봉주 선수. 이길우 기자nihao@hani.co.kr
한국나이 38살의 국민 마라토너 ‘봉달이’ 이봉주(삼성전자)가 18일 벌어진 2007 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서 믿기 어려운 막판 역전 우승을 일궈낸 배경에는 대회 앞두고 자장면을 한끼 더 먹은 ‘과학’의 힘이 작용했다.

이봉주는 이번 대회에서 자신이 갖고 있는 한국최고기록인 2시간7분20초를 갈아치우기 위해 ‘칼’을 갈았다고 한다.

주변에서 ‘한물 간 퇴물’ ‘불쌍하니 이제 그만 은퇴하라’는 동정 반, 비난 반의 평가를 쏟아낼때 이봉주는 좌절하지 않았다.

그리고 오인환 감독과 함께 극적인 막판 역전 드라마의 각본을 쓰기 시작했다.




가장 역점을 둔 것이 식이요법.

» 오인환 감독. 사진 이길우 기자nihao@hani.co.kr
이봉주는 대회 7일을 앞둔 지난 월요일부터 소금 치지 않은 등심을 세끼 모두 구어 먹기 시작했다.

보통 ‘카보 로딩’(carbo loading:탄수화물 축적하기)으로 부르는 이런 식이요법은 온 몸에 축적돼 있는 글리코겐을 모두 소진한 다음, 대회 임박해 글리코겐을 만드는 탄수화물을 집중적으로 섭취해 달리기에 필요한 영양분을 충분하게 축적하는 특별한 식사법이다.

일반적인 카보 로딩은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소금 치지 않은 지방질이 없는 살코기와 계란 등을 집중적으로 먹고, 목요일부터 대회 하루전인 토요일까지는 탄수화물이 많이 있는 찰밥, 빵, 감자, 자장면 등 국수류를 집중적으로 먹는다.

마치 휴대폰 전지의 전력을 모두 소진한 뒤 충전하는 것이, 반쯤 쓴 전지를 다시 충전하는 것보다 더 많은 양의 전력을 충전할 수 있는 원리와 같다.

이봉주는 20대부터 30대 중반까지의 젊은 시절에는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는 소고기만 먹었고, 목요일부터는 자장면을 주고 먹는 식이요법을 애용했다. 특히 월요일에는 장거리 달리기를 하며 몸에 있는 탄수화물의 소진을 촉진 시켰다.

그래서 ‘이봉주는 마라톤 출전을 앞두고 자장면만 먹는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이봉주는 지난해부터는 자장면과 찰밥을 먹는 식사를 한끼 늘렸다. 즉, 수요일 저녁부터 소고기 대신 자장면을 먹은 것이다.

그 탓인지 이봉주는 지난해 11월에 열린 중앙국제 마라톤에서 2시간 10분대 기록을 내며 재기의 기반을 마련했다.

자신의 식이요법에 자신이 붙은 이봉주는 오 감독과 상의, 이번 대회를 앞두고 자장면 먹는 식사를 한끼 더 늘렸다.

즉, 수요일 점심 때부터 소고기 대신 자장면과 찰밥을 먹은 것이다. 이와함께 빵과 감자, 스파게티도 즐겨 먹으며 몸 속의 탄수화물 보유량을 늘렸다.

이런 변형된 ‘카보 로딩’ 식이요법은 이봉주가 결승점인 잠실운동장이 보이는 잠실 사거리(40.6km)지점에서 자신을 앞서가던 케냐의 폴 키프로프 키루이(본인 최고기록 2시간 6분44초)를 기적적으로 제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오인환 감독은 “이봉주 선수가 나이가 들면서 글리코겐 소진 기간이 짧아지고, 더 많은 탄수화물 축적량이 필요로 해서 변형된 카보 로딩을 도입했다”며 “일반 마라톤 마스터즈들은 엘리트 선수들의 이런 식이요법을 따라 하다간 낭패 보기 쉽다”고 조언했다.

몰론 이봉주의 부활엔 식이요법외에도 최상의 몸 컨디션이 뒷받침됐다.

이봉주는 지난해 봄부터 오른쪽 장단지에 부상이 발생했었고, 연말까지 왼쪽 발바닥에 염증이 가시지 않았다.

이른바 마라토너에게 치명적인 족저근막염에 시달린 것이다.

그러나 꾸준한 치료로 올해 초부터는 완전히 부상에서 벗어났다.

또 지난해 12월20일부터 이번 대회를 대비한 훈련에 돌입하면서 하루 평균 40km를 달리는 훈련량을 무리없이 소화해 냈다.

이와함께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며 몸을 만들었다. 허리 근력과 허벅지 근력을 강화 시키며 케냐 선수들과의 경쟁에 자신감을 쌓아 간 것이다.

오인환 감독은 “이번 대회 앞두고 이봉주가 어쩌면 자신의 한국 최고 기록을 깰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면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비록 나이가 마라토너로서는 환갑의 나이인 40대를 눈 앞에 두고 있으나, 본인의 노력에 따라선 다시 황금기를 구가할 수 있다.

카를로스 로페스(포르투칼)는 지난 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우승할 당시 37살이었고, 1년뒤엔 당시 세계 최고기록(2시간 7분12초)을 세우며 우승했다.

이봉주는 정신력이나 지구력에서는 세계 정상급이나, 순간스피드를 올리지 못하는 약점도 있다.

선두 경쟁을 하면서 경쟁자가 뛰쳐 나갈 경우 이를 쉽게 따라 잡지 못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현재의 몸상태와 정신적인 사기를 고려할때 베이징 올림픽에서의 환희를 기대해 볼만 하다는 것이 오인환 감독의 말이다.

묵묵히 선수의 길을 가는 이봉주.

그가 보여주는 미련스럽기까지 한 달리기 인생은 잊혀져 가는 마라톤 한국의 명예를 찾을 수 있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이길우 기자nihao@hani.co.kr

» 훈련중 잠시 익살스런 포즈를 취하는 이봉주 선수. 이길우 기자niha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