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아오자이' 엄마 손 잡고 극장서 울어보기
|
인류는 언어와 문화가 달라도 다름을 넘어 특정한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보편적 정서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중 하나가 모성애다. 국경이라는 경계를 넘어 호소될 수 있는 이 감정은 세계 어디서든 발견되는 이야기 소재다. 이는 인류가 아주 오래전 이야기를 즐겨하던 시절부터 존재해왔다.
남녀의 사랑은 낭만적 인간관계의 일종이라 일방적일 수 없으나 부모 자식간의 사랑은 다르다. 일방적 희생이기에 그 사랑을 받아 본 인간 내면에는 죄책감과 감사함, 그리움 등이 묘하게 뒤섞여 이를 자극하는 소재의 이야기에 감동받는다.
그중에서도 어머니의 사랑은 특별하게 느껴진다. 베트남 최초로 외국 자본 없이 만들어진 토종 영화 '하얀 아오자이'(후인 루 연출, 좋은 친구들 수입)는 그런 정서를 잘 건드리는 작품이다.
1950년대 베트남 전쟁이라는 소용돌이 속에서 미천한 신분으로 태어나 시대의 격변을 온 몸으로 부딪혀 살아가는 한 여인이 있다. 자본가의 집안에서 고된 노동을 하며 살아가는 단(트룽 응옥 안)은 노예나 다름 없다. 그녀는 함께 일하던 척추 장애인 구(쿠옥 칸)를 만나 사랑의 도피를 하게 되지만 부부의 연을 맺고서도 가난을 면치 못한다.
비오는 날 빗물이 무릎까지 차는 초라한 집에서 두사람은 딸 넷을 낳는다. 베트남은 안팎으로 격변을 맞아 시끄러운 시대다. 베트콩과 정부가 치열하게 대립하면서 시민들에 대한 정치적 탄압이 최고조에 달하던 때다.
감독이자 시나리오를 쓴 후인 루는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이념이 대립했던 시대에 편승했던 일부 비양심적 자본가들을 악랄하게 묘사하지만 이 작품은 정치적 색채가 강하지 않다. 폭탄이 쏟아지지만 전쟁영화도 아니다. 시대적 상황은 단과 구의 부부애와 단의 처절한 모성애를 표현하는 적절한 도구가 될 뿐이다.
단은 초등학교 6학년이 된 딸이 하얀 아오자이(베트남 여성 전통의상)를 입고 등교하지 않으면 학교를 그만둬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때부터 그녀의 고난이 시작된다. 비단을 구하기 위한 단의 고군분투는 처량하다 못해 처절하다.
돈이 없어 옷감을 구할 수 없는 그녀는 마을 최고의 부자인 할아버지의 모유 동냥에 양쪽 가슴을 내밀어야 하는 치욕적인 일을 감행한다. 아오자이는 베트남 여성의 순결함과 단아함을 상장한다고 믿는 그녀에게는 더욱 치욕스러운 일이다.
딸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자존심은 버리는 셈이다. 부부는 지독한 가난을 면치 못하지만 네 딸들의 익살스런 애교에 하루하루 웃으며 살아간다. 이같은 풍경은 한국 전쟁 발발 후 있었던 우리의 얘기와 비슷하다.
가난 속에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아야 했던 보릿고개 세대들의 애환이 두 부부에게서 그대로 표현돼 한국 관객에게도 남다른 의미가 될 듯하다. 급변하는 정치적 상황에 상관없이 소시민들은 고달프게 살아가기 마련.
어느 제국의 통치 아래 있든, 어떤 이념이 지배하든 소시민의 삶은 하루하루가 가난일 뿐이다. 감독은 그 애환에 주목하며 그들의 소박한 행복과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늘 열심히 살아야 했던 어머니의 희생에 주목한다.
이 작품의 진짜 묘미는 모성애를 뛰어넘는 자매애다. 큰 딸과 둘째 딸이 아오자이를 나눠 입는 모습은 꽤 감동적이다. 동생이 아오자이에 잉크를 떨어뜨려 엄마에게 미안하다며 펑펑 눈물을 흘릴 때 동생을 감싸주는 언니의 성숙함은 눈물을 핑 돌게 한다.
행복도 잠시, 큰 딸은 학교에서 비행기의 갑작스런 폭탄 투하로 사망한다. 하얀 아오자이를 입은 채. 단은 수많은 사연이 뒤섞인 아오자이를 입은 딸을 안고 오열한다. 한국 전쟁 당시 우리나라에 있었던 풍경에 다름 아니라 코 끝이 찡하다.
'하얀 아오자이'는 전쟁을 겪은 세대와 그 세대의 부모를 경험한 자녀들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얘기다. 또 시대적 상황을 넘어 그들의 소소한 행복과 감동스런 이야기는 젊은 관객층들에게도 낯설지 않을 것이다.
이 작품은 외국 자본이나 스태프가 참여하지 않은 순수 베트남 영화라 더욱 의미가 깊다. 영화 제작의 불모지인 베트남에서 꽤 걸출한 영화 한편이 탄생한 것이다. 절절한 모성애를 연기하는 트룽 응옥 안의 연기도 관람 포인트다. 네 자매의 귀여운 연기와 베트남의 슬픈 역사에 대한 묘사도 재미를 선사한다.
가슴 시리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기대한다면 하얀 손수건을 들고 극장을 찾길 권한다. 이왕이면 엄마의 손을 잡고. 오는 25일 개봉.
그중 하나가 모성애다. 국경이라는 경계를 넘어 호소될 수 있는 이 감정은 세계 어디서든 발견되는 이야기 소재다. 이는 인류가 아주 오래전 이야기를 즐겨하던 시절부터 존재해왔다.
남녀의 사랑은 낭만적 인간관계의 일종이라 일방적일 수 없으나 부모 자식간의 사랑은 다르다. 일방적 희생이기에 그 사랑을 받아 본 인간 내면에는 죄책감과 감사함, 그리움 등이 묘하게 뒤섞여 이를 자극하는 소재의 이야기에 감동받는다.
그중에서도 어머니의 사랑은 특별하게 느껴진다. 베트남 최초로 외국 자본 없이 만들어진 토종 영화 '하얀 아오자이'(후인 루 연출, 좋은 친구들 수입)는 그런 정서를 잘 건드리는 작품이다.
|
1950년대 베트남 전쟁이라는 소용돌이 속에서 미천한 신분으로 태어나 시대의 격변을 온 몸으로 부딪혀 살아가는 한 여인이 있다. 자본가의 집안에서 고된 노동을 하며 살아가는 단(트룽 응옥 안)은 노예나 다름 없다. 그녀는 함께 일하던 척추 장애인 구(쿠옥 칸)를 만나 사랑의 도피를 하게 되지만 부부의 연을 맺고서도 가난을 면치 못한다.
비오는 날 빗물이 무릎까지 차는 초라한 집에서 두사람은 딸 넷을 낳는다. 베트남은 안팎으로 격변을 맞아 시끄러운 시대다. 베트콩과 정부가 치열하게 대립하면서 시민들에 대한 정치적 탄압이 최고조에 달하던 때다.
감독이자 시나리오를 쓴 후인 루는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이념이 대립했던 시대에 편승했던 일부 비양심적 자본가들을 악랄하게 묘사하지만 이 작품은 정치적 색채가 강하지 않다. 폭탄이 쏟아지지만 전쟁영화도 아니다. 시대적 상황은 단과 구의 부부애와 단의 처절한 모성애를 표현하는 적절한 도구가 될 뿐이다.
단은 초등학교 6학년이 된 딸이 하얀 아오자이(베트남 여성 전통의상)를 입고 등교하지 않으면 학교를 그만둬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때부터 그녀의 고난이 시작된다. 비단을 구하기 위한 단의 고군분투는 처량하다 못해 처절하다.
돈이 없어 옷감을 구할 수 없는 그녀는 마을 최고의 부자인 할아버지의 모유 동냥에 양쪽 가슴을 내밀어야 하는 치욕적인 일을 감행한다. 아오자이는 베트남 여성의 순결함과 단아함을 상장한다고 믿는 그녀에게는 더욱 치욕스러운 일이다.
딸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자존심은 버리는 셈이다. 부부는 지독한 가난을 면치 못하지만 네 딸들의 익살스런 애교에 하루하루 웃으며 살아간다. 이같은 풍경은 한국 전쟁 발발 후 있었던 우리의 얘기와 비슷하다.
가난 속에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아야 했던 보릿고개 세대들의 애환이 두 부부에게서 그대로 표현돼 한국 관객에게도 남다른 의미가 될 듯하다. 급변하는 정치적 상황에 상관없이 소시민들은 고달프게 살아가기 마련.
어느 제국의 통치 아래 있든, 어떤 이념이 지배하든 소시민의 삶은 하루하루가 가난일 뿐이다. 감독은 그 애환에 주목하며 그들의 소박한 행복과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늘 열심히 살아야 했던 어머니의 희생에 주목한다.
|
이 작품의 진짜 묘미는 모성애를 뛰어넘는 자매애다. 큰 딸과 둘째 딸이 아오자이를 나눠 입는 모습은 꽤 감동적이다. 동생이 아오자이에 잉크를 떨어뜨려 엄마에게 미안하다며 펑펑 눈물을 흘릴 때 동생을 감싸주는 언니의 성숙함은 눈물을 핑 돌게 한다.
행복도 잠시, 큰 딸은 학교에서 비행기의 갑작스런 폭탄 투하로 사망한다. 하얀 아오자이를 입은 채. 단은 수많은 사연이 뒤섞인 아오자이를 입은 딸을 안고 오열한다. 한국 전쟁 당시 우리나라에 있었던 풍경에 다름 아니라 코 끝이 찡하다.
'하얀 아오자이'는 전쟁을 겪은 세대와 그 세대의 부모를 경험한 자녀들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얘기다. 또 시대적 상황을 넘어 그들의 소소한 행복과 감동스런 이야기는 젊은 관객층들에게도 낯설지 않을 것이다.
이 작품은 외국 자본이나 스태프가 참여하지 않은 순수 베트남 영화라 더욱 의미가 깊다. 영화 제작의 불모지인 베트남에서 꽤 걸출한 영화 한편이 탄생한 것이다. 절절한 모성애를 연기하는 트룽 응옥 안의 연기도 관람 포인트다. 네 자매의 귀여운 연기와 베트남의 슬픈 역사에 대한 묘사도 재미를 선사한다.
가슴 시리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기대한다면 하얀 손수건을 들고 극장을 찾길 권한다. 이왕이면 엄마의 손을 잡고. 오는 25일 개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