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성

사랑과 전쟁

참 좋은생각 2007. 9. 6. 10:32

탤런트 신구 속으론 '당장 이혼하지' 싶은데…



갈라서려는 부부들의 실제 사례들을 재연해 보여주며 7일로 400회를 맞는 KBS 2TV 드라마 ‘부부클리닉―사랑과 전쟁’에는 묵직한 ‘터줏대감’이 한 사람 있다. 첫 회부터 단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가정법원 조정위원장 판사를 맡아온 탤런트 신구(申久·71·사진)다.

그간 PD가 20명, 작가 34명이 이 드라마를 거쳐 갔지만 신구만은 꼼짝않고 무게 중심을 잡으면서 판사라기보다는 사려깊은 인생선배 같은 얼굴을 보여줬다. 신구가 늘 마지막에 하는 “4주 후에 뵙겠습니다”라는 말은 이 드라마 제작진이 선정한 ‘베스트 인기어’에 올랐다.

5일 ‘사랑과 전쟁’ 400회 녹화장 앞에서 만난 신구는 “감회가 어떠냐”는 질문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냥 삶이 흐르듯이 드라마도 그렇게 흘러갔을 뿐이죠”라고 했다.

조정위원장의 그 차분한 말투 그대로다. “불륜, 고부갈등, 성(性) 문제 등 400가지 부부 갈등을 접하다 보니 이제 웬만한 부부 싸움을 보면 이혼하는 게 좋은지 그냥 화합하는 게 좋은지 방법이 보여요.(웃음) 서당개 8년이니 이제 풍월을 ‘지을’ 정도는 되지 않겠어요?”

드라마에서 늘 차분하게 화해를 유도하는 그에게 “사람끼리의 갈등은 어떻게 푸는 게 좋을까”를 물었다. 그는 “역시 최선의 방법은 ‘역지사지(易地思之)’,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부끼리 아무리 격렬하게 싸우더라도 절대로 ‘왜 당신은 내 생각과 달라?’라는 질문은 하지 마세요. ‘당신을 이해할 수 없어’라는 말도 안 됩니다. 20~30년을 전혀 다른 환경에서 교육받고 자란 사람끼리 어떻게 똑같이 생각할 수가 있겠어요?”

그러나 이런 신구도 드라마 속에서 너무 몰상식하게 아내를 때리거나 파렴치하게 바람피우는 남편에게 일방적으로 당하는 아내들의 사례를 보면 “감정이 끓어올라 ‘당장 헤어지라’고 말하고 싶은 적이 여러 번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부부 간 문제를 다룬 드라마에 8년간이나 출연한 것은 ‘자연인 신구’의 삶에도 영향을 미쳤다. “우선 저도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한 번 생각해 보게 됐어요. 곧 찍을 ‘사랑과 전쟁’에선 시댁에 가서 식사를 한 며느리가 급한 일이 있어 설거지를 안 하고 나왔다가 그게 발단이 돼서 남편과 대판 싸우고 이혼으로 이어집니다. 이렇게 사소한 일로 인생이 상처받아서야 되겠어요?”

이 드라마의 영향으로 2년 전 성급한 이혼을 막기 위한 ‘이혼 숙려제’가 실제로 도입되기도 했다. 신구는 법원으로부터 조정위원으로 위촉받기도 했다. ‘사랑과 전쟁’은 지금까지 신구가 출연한 작품 가운데 최장기 출연하고 있는 작품이다. 짧은 인터뷰를 마친 신구는 이렇게 말하며 녹화장으로 들어갔다. “다음 번엔 식사를 함께 합시다. 4주 후에 뵐까요?”


KBS 드라마 '사랑과 전쟁'이 400회를 맞았다. 2007년 9월 5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배우 신구씨가 자신의 '부부'이야기를 들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