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성

[인터뷰] 대학생 동거인들을 만나다

참 좋은생각 2007. 7. 16. 21:34

 

                         

                                                                ▲<살아보고 결혼하자> 연극 포스터

 

<살아보고 결혼하자>라는 연극이 있다. 몇 년째의 상연을 거듭한 이 연극은 올해도 어김없이 그 인기에 힘입어 대학로에서 공연 중인데, 특히나 이번에는 ‘신(新)’이라는 접두어를 붙인, 약간 새로운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극중 인물들의 관계는 다소 복잡하다. 두 부부의 불륜관계. 그리고 그들의 아들과 딸의 연인관계. 단순한 관계는 아니다. 그리고 평범하지도 않다.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이 연극은 남녀의 혼외, 혼전 동거를 다룬 것이다.

 

그러나 이 위험한 동거는 연극의 재미있는 소재일 뿐, 그것으로 인해 야기되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와 같은 심각성을 띠고 있지는 않다. ‘우리의 공연은 연극일 뿐, 학술 토론회가 아니다’라고 진술한 한 관계자의 말처럼 이 연극은 남녀 동거의 치부를 교묘히 피해나간다. 하지만 단순한 로맨틱 코믹극에 불과한 이 연극이 몇 년째의 상연을 거듭하는 인기 프로그램으로 성장한 이면에는 그것의 제목 즉, 혼외 동거가 가지고 있는 파괴력이 아직도 대중들에게 유효하다는 데 있다. 이제 혼외 동거 뿐 아니라 혼전 동거와 같은 이슈는 더 이상 언론 매체에서 다루지 않는다.

몇 년 전만 해도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될 만큼 그 찬반 논쟁이 치열했으나, 지금에 와서는 대부분의 사람들, 심지어 이 문제의 주요 당사자인 대학생들마저 그러려니 하면서 넘어가는 구닥다리 이슈로 전락해버렸다. 날이 갈수록 부모 몰래 동거하는 대학생 커플의 수는 증가하고 게다가 이를 당연한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에 대한 확실한 의식을 가지고 접근하는 이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우리는 이러한 현실을 사람들에게 환기시키고 다시금 동거와 관련된 민감한 주제를 되짚어 보기 위해 현재 실제로 동거 중인 P씨와 L양 그리고 두 달 전에 여자 친구와 헤어지고 동거 생활을 청산한 K씨를 어렵게 만날 수 있었다. P씨, L양 그리고 K씨는 서로 모르는 사이이며 세 명 모두 수도권의 대학에 재학 중이다.

 

그리고 인터뷰는 본인들이 같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을 원치 않아서 부득이하게 각각 따로 진행되었다.

 

우리가 대학생인 만큼 혼전 동거를 중심으로 이야기 해 보자. 혼전 동거는 결혼과 같은 사회적, 법적 공인을 받기 전에 동거를 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분명 일반인들이 보기에 눈살을 찌뿌리는 일인데, 특히 자취를 하는 대학생들 사이에서 그 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동거를 겪은 사람으로서 이러한 현상의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P씨 : 저는 무엇보다도 동거하는 남녀의 감정적 차원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봅니다. 제 경험으로 볼 때도 그렇고, 혹자는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니, 상황이 안 좋아서 그랬느니 하는데 그것들은 다 핑계라고 생각합니다. 제 친구들 중에서도 학교 기숙사 사생임에도 불구하고 입사금을 빼서 같이 사는 애들도 허다합니다. 아마도 두 사람이 좋아하다 보니 항상 같이 있고 싶은 것이고 그래서 동거를 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K씨 : 저는 그냥 그 여자와 같이 있고 싶었습니다. 그 때만 해도 서로가 결혼을 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구요, 특별히 다른 이유는 없었습니다. 한 방에서 같이 아침밥을 먹고 같이 잠을 자고 눈을 떠도 그 사람이 옆에 있으면 하는, 보통의 연인이라면 꿈꾸는 단순한 로망에 대한 동경에서 출발한 것이죠.

 

L양 : 저는 약간의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동거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저는 집안 사정이 그리 넉넉지 못해서 한 학기를 휴학하면서 돈을 벌어 등록금을 충당해왔습니다. 휴학하는 기간에는 학교 기숙사에서 받아주지를 않으니, 마땅히 살 곳은 없고, 그래서 남자친구의 자취방에서 얹혀 살고 있는 겁니다. 단, 결혼 전에는 성관계를 가지지 않는다는 약속 하에서 같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  아직까지 남녀 간의 동거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정적으로 보는 것이 현실이다.

                                           ©동거를 주제로 한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의 한장면

 

분명히 남녀 간의 동거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정적으로 보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거 생활을 하는 데는 당신들이 생각하는 동거의 장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한 장점이 무엇이고, 단점 또한 설명해 달라.

 

P씨 : 일단 정신적으로 안정이 듭니다. 게다가 경제적으로 여유롭기도 하죠. 자신의 연인만큼 진솔한 대화 상대도 없다고 봅니다. 세대 차이도 없는데다 동년배라서 개인적인 문제에 대한 멘토(mentor)로서의 역할도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이혼율의 반이상이 결혼 3년차 부부가 차지한다고 합니다. 이런 것들을 따져봤을 때, 동거의 경험도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점이라면 주위의 시선이죠. 슈퍼마켓에 가더라도 눈치를 보고 집 앞에서 둘이 손잡고 들어갈 때, 누군가 그것을 본다면 솔직히 아직까지도 부끄럽습니다.

 

K씨 : 같이 있으면 즐겁죠. 항상 같이 있고 싶어하는 사람이 옆에 있는데 행복하지 않겠습니까. 다만 그 사이가 틀어진다면 문제가 심각해지죠. 제가 바로 그 경우인데, 헤어지고 나면 허전하기 그지 없습니다. 그 사람 생각이 많이 나는 것은 물론이고, 예전의 상태로 원상복귀하길 원하죠. 제 경우엔 크게 몇 번 싸우고 다시 화해하길 반복하다가 결국엔 헤어졌습니다. 그리고 동거를 하면 사회생활을 잘 못합니다.

다시 말해, 친구를 잘 못 만난다는 얘기입니다. 그 사람은 제가 계속 옆에 있기를 원하니 놔두고 나가는 것도 불편하죠. 또 나가서는 친구들과 마음 놓고 놀지도 못합니다. 아마 이건 남자나 여자나 다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L양 : 저는 본래 동거의 이유가 경제적인 것에 기인한 것이라 일단, 돈이 절약된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일단 방을 잡는데 들어가는 보증금과 같은 거금이 필요 없고 따로 좋은 방을 구하러 다녀야 하는 시간을 낭비할 필요도 없습니다. 덕분에 지금은 꽤 많은 돈을 모았어요. 다만 저는,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여느 커플과 달리 절대로 성관계를 맺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서로 간의 생활에 불편이 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생리라든가, 속옷 세탁물의 구분 등이 가장 큰 걸림돌이죠. 아직 서로를 완전히 모르는 데서 생기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물론 당신들과 같이 정말 자신의 연인을 좋아해서 동거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예전에 <알랍동거>라는 까페를 아는가. 그 까페에 게시된 광고글을 보면 ‘원나잇스탠딩’과 같이 처음 보는 이들끼리 동거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까페뿐 아니라 전혀 친분이 없는 사람들끼리 연결시켜주는 동거 싸이트가 우후죽순격으로 개설되고 있다. 사실 이런 싸이트 때문에 대학생들의 동거가 ‘젊은이들의 불꽃놀이’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리고 구체적인 해결책이 있다고 보는가.

 

P씨 : 저는 이해가 안 갑니다. 제 정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과연 그런 글을 보고 연락을 취할 수 있을까요? 그런 사람들 때문에, 단순히 같이 있고 싶어서 동거하는 이들이 더 욕을 먹는 것 같습니다. 그런 글들은 그 까페를 운영하는 사람이 자체적으로 검열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K씨 : 그것은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본래 <알랍동거> 까페의 설립 취지는 정말 어쩔 수 없는 이유 때문에, 동거를 해야하는 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까페 개설 초기에는 동성끼리의 동거를 원하는 광고글이 주로 올라왔었구요.

하지만 사람들의 성의식이 변하고 사회 분위기마저 변질됨에 따라 동거를 동거로 보지 않고, 성관계의 수단으로 보고 있는 것입니다. 저도 그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아마 운영자와 같은 분들도 이런 글이 하루에도 워낙 많이 올라오다보니 제대로 된 검열이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 생각엔 해당 포털 싸이트 차원에서의 검열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L양 : 전 그것을 개인차에 의한 미시적인 차원의 문제로 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떤 문제를 무조건 사회 구조적인 모순과 같은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우리 사회가 바라보는 성의식이 변화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남성들은 여성을 정복하려고 부단히 애를 썼고, 요부와 같이 색을 밝히는 여자들이 있었습니다.

그런 글에 매력을 느끼고 동거를 하는 사람들은 굳이 동거를 하지 않고서라도 밤거리나 나이트 클럽에서 처음 만난 이들과 혼전, 혼외 관계를 쉽게 가질 것입니다. 그런 사람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성(性)에 대한 개인차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꼭 동거를 한다고 해서 성관계를 맺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사람이 있으면 저런 사람도 있는 법입니다. 그런 몇몇의 경우로 동거를 이상하게 보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다소 민감한 질문을 하겠다. 혼전 동거의 문제점을 관통하는 것이기도 한데, 임신과 낙태에 관한 것이다. 아무리 피임을 잘해도 임신은 될 수 있고 심지어 외과적 수술을 해도 피임 실패율이 5% 내외라고 한다. 만약에 당사자들이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그리고 극단적이긴 한데, 헤어지고 난 뒤에 임신이 되었을 때는 또 어떻게 하겠는가.

 

P씨 : 그런 질문을 받으니 당황스럽습니다. 전 아직 경험은 못해봤지만 여자 쪽의 주장이야 어쨌든 무조건 낳으라고 말하겠습니다. 아이를 품고 있는 여자가 칼자루를 쥐고 있지만, 동거를 하고 성관계를 갖는 데는 그 정도의 책임은 전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소한 다툼으로 헤어졌다면 오히려 그 아이를 통해 다시 화해를 할 수도 있기에 전 무조건 그것을 우리 인생의 걸림돌로 보지는 않습니다. 예방을 하는 것이 가장 우선적인 일이나, 무책임하게 그 소중한 생명이 죽게 놔둘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K씨 : 전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예전에는 분명히 ‘낳아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불꽃놀이’의 결과이든 ‘진실된 연인’의 그것이든지 간에 상관없이 말이죠. 그런데 직접 경험하니, 이상하게도 사람은 변하더군요. 여자 쪽에서 너무 강력히 나오는데다 솔직히 저의 미래에 대한 걱정도 되더군요. 사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지금 헤어진 것입니다. 질문에 대한 답변은 제대로 못 드리겠지만 남녀의 성관계를 ‘하룻밤의 판타지’ 정도로 인식하는, 요즘 대학생들의 성의식이 정말 잘못되었다는 것은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L양 : 잔인하지만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라면 무조건적으로 출산은 반대입니다. 얼마전 모 방송사에서 전국 여대생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를 보셨나요? 낙태에 관한 본인의 생각을 물은 것인데, 무려 77%가 낙태 찬성으로 나왔습니다. 저도 여자이기에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너무 무책임한 것이 아니냐고 비판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살인행위’라고까지 말하더군요.

그러나 만약 강간을 당해서 한 여자가 원치 않는 임신을 했다고 칩시다. 그럼 이 아이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출산을 한다고 해도 그 여자가 과연 그 아이를 양육하고 싶어할까요? 군대를 가보지 못한 여자들이 군가산점 폐지에 대해 쉽게 말하듯이, 남자들이나 기성 세대의 어른들도 낙태에 대해 너무나 쉽게 말하는 것 같습니다.

이미 떠나가버려 연락조차 안되는 남자의 아이를 임신하는 것은 그 당사자에게는 너무도 크나큰 절망입니다. 설사 그 여자가 그 아이를 낳는다고 해도 미혼모의 몸으로 제대로 된 양육을 할 수 있을까요? 한 생명을 구하기 위한 무리한 시도가 그 태아와 한 여자, 두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것이죠.

 

인터뷰를 마치면서 이들은 하나같이 동거와 무분별한 성관계를 연관짓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한다. 보통 동거를 시작하는 커플은 그 이전에 이미 성관계를 맺었거나, L양과 같이 맺지 않기로 합의를 보고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동거를 하지 않으면 혼전 성관계를 맺는 것이 정당하냐고 되묻기까지 했다. 또한 현실을 똑바로 봐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동거의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대답을 기피하는 듯 했다.

 

L양은 ‘요즘 세상에 사랑해야만 결혼을 하고 성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말은 다 거짓말이다.’라고 말했다. 우리 부모님 세대가 들으면 놀라서 자빠질 말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함에 따라 그 모든 것이 변했다. 그들이 부르짓는 '사랑' 또한 예전의 그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우리가 아무리 왈가왈부하더라도 혼전 동거를 하는 커플의 수는 늘어만 가고 있다. 젊은 커플들 사이에서 이미 암묵적으로 조용한 대세가 되어버린 혼전 동거.

 

다만 인터뷰를 한 K씨의 말처럼, 예전의 비밀과 성스러움을 상실하고 점점 레져(leisure)화 되어가는 현대 젊은이들의 성관계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부부의 성'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좋은아내와 나쁜아내  (0) 2007.07.30
연하남~스킨쉽  (0) 2007.07.18
우리 부부는 왜 매일 싸울까  (0) 2007.07.10
애인을 절대 뺏기지 않는 노하우 여섯가지  (0) 2007.07.08
사람 홀리는 노하우 ^^*  (0) 2007.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