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중과 횟수의 차이가 있을 뿐 살아가면서 누구에게나 '기회'가 찾아온다. 그 주어진 기회를 어떻게 맞이하느냐에 따라 이후 상황이 판이하게 달라지는데 때문에 추상적인 단어 '기회'가 '잡아야한다'는 호응과 묶이는 것이다. 기회는 잡아야한다. '놓쳐서는 안 될 기회'라면 더욱 그렇다.
대구FC의 젊은 공격수 이근호가 시쳇말로 '뜨고' 있다. 찾아온 기회를, 적어도 아직까지는 제대로 잡고 있는 영향이다. 말이 쉽지 기회를 잡는다는 게 그리 녹록지는 않은 일이다. 신인에 가까운 선수가, 그것도 이적해서 새롭게 출발하는 배경이라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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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기회
인천의 축구명문 부평고 출신인 이근호의 프로입문은 2004년의 일이다. 햇수로는 벌써 4년차이지만 이전까지 3년 경력은 실상 들추기 민망한 수준이다. " 부평고 졸업을 앞두고 프로행을 추진하고 있었는데 마침 인천에 팀이 생긴다는 것이에요. 주위의 권유도 있었고 저 역시 '그래도 인천출신인데 아무래도 유리하지 않겠냐'는 생각을 했었죠. " 하지만 인천유나이티드에서 인천출신 이근호에 대한 특별한 대우는 없었다.
2004년 0경기, 2005년 5경기, 2006년 3경기. 특별함은 고사하고 필드를 밟을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 일이 잘 안 풀릴 때는 저를 반성하기 보기보다 다른 사람들을 탓하게 되잖아요. 정말 그랬어요. 제 실력이 부족하다는 자책의 한편에 괜히 코칭스태프에게 찍힌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죠. "
선수가 가장 속상한 것은 역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것이다. 때문에 본인 스스로도 다른 팀으로의 이적을 진지하게 고민했단다. 이때 찾아온 '기회'가 대구 쪽에서의 손짓이다. " 감사하게도 변병주 감독님이 적극적으로 불러주셨어요. 제 플레이를 관심 있게 지켜보셨다고. 나랑 같이 해보지 않겠냐고. 직접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저야 고마운 일이죠. 부평고 은사인 임종헌 선생님(現울산 코치)도 대구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게 낫겠다고 조언해주셨죠. 그래서 결정했습니다. "
현역시절 필드를 종횡무진 누볐던 변병주 감독의 스타일을 감안할 때 비슷한 유형인 이근호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변 감독은 제대로 검증을 받은 적 없는 '미완의 대기'에게 확실한 신뢰를 던지면서 자신감을 심어줬다. " 특별한 주문은 없으세요. 그냥 제 마음대로, 과감하고 자신 있게 움직이라는 말씀만 하시는 편입니다. 감독님이 믿어주시고 밀어주시니까 정말 편합니다. " 축구가 다시 즐거워졌다는 이근호의 표정에는 진심어린 행복이 묻어있었다. 이제는 경기가 기다려지는 수준이라고 한다. 꽤 오래도록 어두운 길을 걸었던 이근호에게 바야흐로 '소중한 기회'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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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를 키우다
" 사실 대구 외에도 몇 곳에서 (이적)제안이 왔습니다. 그중에는 많은 선수들이 선호하는 클럽도 있었죠. 하지만 제게 중요한 것은 오직 경기에 나갈 수 있는가였어요. "
'이근호가 필요하다'는 변병주 감독의 러브콜이 있었으나 실제 기용여부는 장담할 수 없었다. 원해서 불렀으나, 막상 보니 바라는 수준이 아니라면 또 벤치신세가 불가피하다.
실상 이 부분이 가장 큰 걱정이었다. " 인천에서도 거의 2군을 맴돌았잖아요. 그런데 새로운 클럽에서도 후보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정말 큰일이죠. 스스로 '내 수준이 이정도구나' 생각할 것이고 주변 분들도 '이근호는 저것이 한계'라고 말하겠죠. " 냉정하게 말해, 현재 대구의 전력은 K리그 14개 클럽 중에서 중하위권으로 분류하는 게 옳다. 따라서 이근호의 말처럼 '인천에서 못 뛰던 선수가 대구에서도 후보'라면, 사실 전망이 어둡다는 말과 다름없다. 그래서 이근호는 이를 악물었다. "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기회죠. 여기서 무너지면 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표현이 정확하다. 살리지 못했을 때 영 아쉬운 기회가 있고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이근호에게 대구로의 이적은 후자에 가깝다. 마지노선이고 또 배수진이다. 다행히 초반 페이스가 상당히 좋다.
" 메디컬테스트 받으러 왔을 때부터 느낌이 달랐어요. " 새로운 팀에 빠르게 적응했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다. 변병주 감독의 확실한 신임부터 김현수 황연석 윤여산 등 과거 인천에서 함께 생활했던 선배들 그리고 초중고교까지 내내 함께 성장한 '절친한 친구' 하대성까지, 적응기를 단축시켜준 든든한 아군들의 도움도 컸다. " 형식적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처음에는 정말 경기에 출전하는 자체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경기에)나가기만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으니까요. 하지만 시즌 초반에 골이 꽤 터지고 도움도 올리고 하니까 솔직히 욕심이 생깁니다. 일단 대구가 PO에 진출하는 게 먼저겠죠. 개인적으로는 두 자릿수 공격포인트를 기록하고 싶어요. "
기회가 늘다
과거 인천 시절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환한 웃음이 '대구의 에이스'를 위해 질주하고 있는 이근호의 얼굴에 가득하다. 그만큼 자신감이 생겼다는 뜻이다. 심적인 안정은 그만큼 중요하다.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면서 알게 모르게 위축됐고 이런 것이 반복되면서 언제부터인가 고등학교 시절보다도 실력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는 이근호다.
지난 시즌을 마친 후에는 '입대'라는 결정을 내리고 상무에 가기위한 서류까지 준비했다가 막바지에 방향을 수정한 것이다. 그냥 굴러왔다기 보다는, 곱씹고 다짐하면서 기회를 만든 셈이다. " 어머니가 홈경기마다 인천에서 직접 내려오십니다. 요새는 그게 낙이라고 하시네요. " 꽤 오래 움츠렸던 어깨를 펴도 괜찮겠다.
K리그에서의 활약과 함께 올림픽대표팀에서도 중요한 공격자원으로 주가를 높이고 있으니 근래 이근호는 경사가 겹치는 모양이다. 하지만 박주영(서울) 백지훈(수원) 김진규(전남) 김승용(광주) 등 또래들이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던 것에 비한다면 늦은 조명이다. 본인도 이제야 멋쩍은 듯 소회를 밝힌다. " 고등학교 때만해도 주영이나 승용이랑 엇비슷했는데(웃음). 친구들이 대표팀에서 활약하는 것을 보면서 '정말 수준차이가 있었나' 혼자 생각을 해봤죠. "
사석에서도 친하다는 이들과 만나며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지냈으나 내심 속상했을 것은 당연하다. 이제는 보다 당당하게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 청소년대표팀 시절부터 느낀 건데 많은 선수들이 대표팀에 합류하면 평소보다 소극적이 되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잘하는 선수들이 모인 집단이니까 위축이 되는 거겠죠.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니까 감독님 눈에 띄지 못하고 결국 다음 소집 때는 부름도 받지 못하고... 이런 일이 많아요. 저 역시 마찬가지였죠. " 과거를 들추며 부족했던 부분을 회상하는 것은 곧 지금은 나아졌다는 의미다. 자신감은 그만큼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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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 한두 개 클럽을 제한다면 아직 K리그는 한 발 더 뛰는 팀이 이긴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유명한 선수들이 많은 클럽은 아무래도 네임벨류가 있어서 그런지 약팀보다는 전체적으로 덜 움직이는 경향이 있어요. 이런 팀들이 오히려 상대하기 편한 것 같습니다. 대구가 비록 강하지는 않지만, 제가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더 많이 뛴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 마침표가 그럴 듯하다. 살가운 태도와 귀여운 미소만 있는 줄 알았더니 욕심과 의지도 제법이다. 기회는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역시 잡는 자의 몫이다.
" 딴생각할 시간도 없고 그럴 마음도 없어요. 찾아온 기회를 절대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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